요즘 학생들에게 AI를 쓰지 말라고 막는 건 의미가 없어요. 대학에 가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AI와 함께 일하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AI를 제대로 쓰는 법을 AI 시대에 걸맞은 교육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요. 오늘은 탐구보고서를 쓸 때 AI를 안전하게 쓰는 방법을 정리해 드릴게요.
AI로 쓴 글은 흔적이 남아요
AI가 쓴 글에는 알아볼 수 있는 단서가 남을 수 있어요. 대표적인 단서는 두 가지예요.
첫째, 눈에 보이지 않는 문자가 섞여 들어갈 수 있어요. 2025년에는 ChatGPT 일부 모델의 답변에 일반 띄어쓰기와 똑같아 보이는 특수 공백 문자(좁은 줄바꿈 없는 공백)가 섞여 나온다는 사례가 알려졌어요. OpenAI는 일부러 넣은 표시는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이런 문자는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아도 문자를 드러내는 도구로 검사하면 그대로 보여요. 웹 화면에서 복사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문자가 딸려 오는 경우도 있어요.
둘째, 워터마크가 있어요. 구글은 제미나이가 만드는 글에 SynthID라는 텍스트 워터마크를 넣고 있다고 밝혔어요. 사람 눈에는 평범한 문장이지만, AI가 단어를 고르는 방식에 통계적인 표시를 심어 두어서 검출 도구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기술이에요. OpenAI도 비슷한 텍스트 워터마크 기술을 발표했고, 지금은 유럽연합(EU) 사용자에게만 적용하기 시작한 단계예요.
말투에도 버릇이 있어요
AI마다 자주 쓰는 표현이 있어요. 아래는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관찰한 경향이고, 정해진 규칙은 아니에요. 그래서 이런 표현이 보인다는 것만으로 누가 썼는지 확정할 수는 없어요.
GPT는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를 시사합니다", "핵심은 ~입니다" 같은 표현을 자주 써요. 문단 끝마다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하는 습관도 있어요.
클로드는 "~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다만 ~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의 측면에서 보면" 같은 표현을 자주 쓰고, 한 가지 주장 뒤에 단서를 붙이는 문장이 많아요.
제미나이는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같은 표현을 자주 쓰고, 소제목과 글머리 기호로 내용을 잘게 나누는 경우가 많아요.
유니코드는 지울 수 있지만 워터마크는 지울 수 없어요
보이지 않는 유니코드 문자는 도구로 찾아서 지울 수 있어요. 그런데 워터마크는 사정이 달라요. 워터마크는 문장 자체의 단어 선택에 섞여 있어요. 게다가 각 회사가 자신의 서비스에 워터마크를 어떤 설정으로 심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학생이 그 표시를 직접 확인하거나 골라내서 지우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두 가지는 꼭 지켜야 해요
AI 화면에 나온 글을 복사해서 붙이지 마세요. 그리고 AI가 쓴 문장을 표현만 조금 바꿔서 쓰지도 마세요. 그렇게 만든 글은 학생이 직접 쓴 보고서라고 할 수 없어요.
학생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해요. "AI한테 글을 받아 오지 말고, 생각할 재료를 받아 와. 문장은 네가 써."
AI에게는 이런 일을 맡기세요
AI는 글을 대신 써 주는 도구가 아니라 탐구 과정을 함께 정리해 주는 조수로 쓰면 돼요. 순서대로 따라 해 보세요.
1. 지금까지 한 활동을 AI에게 계속 쌓아서 정리하게 하세요. 수업 시간에 한 발표, 읽은 책, 이전 보고서 주제를 하나씩 알려 주고 목록으로 누적해 달라고 하면 돼요. 그다음 "이 중에서 이번에 후속탐구로 이어 갈 만한 활동이 있을까?"라고 물어보세요. 생기부에서 활동이 이어지는 흐름은 이렇게 만들어져요.
2. 주제를 정했으면 보고서 목차를 AI와 함께 짜세요.
3. 목차의 각 항목을 쓰려면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AI에게 정리해 달라고 하세요.
4. 필요한 자료마다 출처를 알려 달라고 하세요. 여기서 꼭 알아 둘 점이 있어요. AI는 존재하지 않는 논문이나 기사를 그럴듯하게 지어내기도 해요. AI가 알려 준 출처는 반드시 직접 검색해서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세요.
5. 확인한 자료를 다운받거나 복사해 AI에게 주고 요약해 달라고 하거나, 내 주제에 필요한 부분만 뽑아 달라고 하세요.
여기까지 하면 학생 손에는 목차와 확인된 자료, 그리고 자료에서 뽑은 핵심 내용이 남아요. 최종 보고서는 이 재료를 가지고 학생이 직접 써야 해요. 이렇게 하면 AI는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데만 쓰고, 보고서는 학생이 직접 쓴 글이 돼요.
활동 기록을 누적하도록 GPT를 설정하는 방법과, 위 다섯 단계에 바로 붙여 넣어 쓸 수 있는 프롬프트는 홈페이지(sehyunt.re.kr) Resources의 학습자료 탭에 올려 두었고, 비밀번호가 있어야 볼 수 있어요. 비밀번호는 카카오톡 채널 '입시는세연쌤'을 추가하고 채팅으로 문의해 주시면 알려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