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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2026. 10. 2.

[탐구주제추천] 환경공학·생명과학·환경정책 진로라면, 세 권으로 읽는 '기후위기의 책임'

환경 문제는 과학의 문제일까, 사회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일까

이런 학생에게 권합니다

환경공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환경정책, 국제관계 쪽을 생각하는 고등학생이라면 한번 깊게 다뤄 볼 만한 주제입니다. 환경 쪽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상담하면 분리수거나 텀블러 사용을 탐구 주제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쁜 주제는 아닙니다. 다만 기후위기를 개인의 습관 문제로만 보면 탐구가 금방 끝나 버립니다.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느냐고 묻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훨씬 넓어집니다. 학부모님도 함께 읽어 보시면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겁니다.

가장 더웠던 해가 남긴 질문

WMO에 따르면 2024년 전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는 1850~1900년 평균보다 1.55±0.13℃ 높았습니다. 175년 관측 기록 중 가장 높은 연평균 기온입니다.

이 숫자만 보면 파리협정의 1.5℃ 목표가 이미 깨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파리협정 목표는 한 해의 기온이 아니라 장기 평균으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목표가 초과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숫자도 아닙니다. WMO도 장기 목표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봅니다. 학생들에게 이 숫자를 보여 주면 반응이 둘로 갈립니다. 이미 대응이 늦었다고 느끼는 학생도 있고, 아직 1.5℃ 목표를 지킬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는 학생도 있습니다. 두 반응이 같은 숫자를 어떻게 다르게 해석했는지 근거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세 권은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줍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살충제와 농약이 생태계에 남기는 피해를 다룬 책입니다. 첫 장에는 여러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한 가상의 마을이 등장하는데, 봄이 와도 새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카슨은 DDT처럼 잘 분해되지 않는 잔류성 농약이 환경에 남고 먹이사슬을 따라 생물체에 축적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나온 지 오래된 책인데 지금 읽어도 문장이 날카롭습니다. 생명과학이나 환경공학 쪽이라면 이 책부터 펴 보세요.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2050 거주불능 지구>는 기온이 계속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 주는 책입니다. 폭염, 식량 부족, 해수면 상승, 산불, 물 부족, 질병 등 기후변화가 불러올 여러 위험을 주제별로 짚습니다.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나쁘다는 말로 시작하는 책이라 읽다 보면 겁이 나기도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읽으면서 '이 재난은 누구에게 먼저 닥치는가'를 옆에 적어 보라고 합니다. 지구과학 쪽 학생에게 특히 잘 맞습니다.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기후위기를 경제와 정치 쪽에서 읽는 책입니다. 클라인은 기후위기의 원인을 탄소 배출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한한 성장과 화석연료 개발을 전제로 한 현대 자본주의의 경제·정치 구조와 연결해 봅니다. 클라인은 탄소배출권 거래와 탄소상쇄 같은 시장 중심 해법이 왜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지 논증합니다. 화석연료 개발에 맞선 주민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다룹니다. 주장이 강한 책이라 모든 내용에 동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환경정책이나 국제관계 쪽 학생이라면 클라인의 주장 가운데 동의하는 부분과 반대하는 부분을 나누고, 각각의 근거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카슨은 잔류성 농약이 환경과 생물체에 남기는 흔적을, 월러스 웰즈는 더워진 지구에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위험을 보여 줍니다. 클라인은 기후위기의 책임이 어떤 경제·정치 구조와 연결돼 있는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묻습니다. 세 권 다 얇지 않습니다. 클라인의 책은 분량이 상당히 깁니다. 한 권을 정해 끝까지 읽고, 나머지 두 권은 필요한 장만 찾아 읽어도 충분합니다.

탐구 질문은 이렇게 잡아 보세요

기후위기의 비용은 누가, 얼마나 나눠 져야 할까.

온실가스가 어떻게 기온을 올리는지는 지구과학과 화학의 질문입니다. 그런데 배출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을 누가 낼지, 지금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책임을 지는지, 나라마다 감축 목표를 어떻게 나눌지는 사회가 정해야 합니다. 자연과학으로 시작한 분석을 이런 질문까지 끌고 오면 융합 탐구가 됩니다. 환경공학 쪽은 감축 기술과 비용, 생명과학 쪽은 생태계 변화, 환경정책이나 국제관계 쪽은 국제협상이 잡기 좋은 출발점입니다. 욕심내서 한 학기에 다 하려는 학생이 많은데, 하나만 골라 깊게 파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세특 탐구 주제 예시

· <침묵의 봄>이 경고한 잔류성 오염물질의 생물농축·생물증폭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 하천의 수질 자료에서 잔류성 오염물질의 존재 가능성을 조사하고, 해당 물질의 생물농축·생물증폭 경로를 선행연구와 비교해 분석하기

· <2050 거주불능 지구>가 다룬 재난 가운데 폭염을 골라, 기상청 자료로 우리 지역 폭염일수 변화를 정리하고 더위에 더 취약한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하기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클라인이 탄소배출권 거래 같은 시장 중심 해법을 비판한 논리를 정리하고,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의 구조를 조사해 그 비판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따져 보기

자료를 찾을 때는 숫자의 기준부터 확인하세요. 한 해의 값인지 장기 평균인지, 무엇과 비교한 값인지에 따라 같은 숫자도 다르게 읽힙니다. 결론이 '책임을 딱 나누기는 어렵다'로 나와도 괜찮습니다. 책임을 나누기 어려운 이유까지 설명하면 결론의 근거가 분명해집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질문을 확장하고 자료를 비교하며 탐구 과정을 발전시키는 모습이 긍정적인 평가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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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조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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